냉동식품의 얼음 결정은 왜 커질까?|냉동·해동 과정에서 일어나는 물리 변화

냉동식품을 오래 보관하다 보면 처음 구입했을 때와 달리 표면에 하얀 얼음이 보이거나, 해동했을 때 식감이 예전보다 물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에서는 입자가 거칠게 느껴지기도 하고, 냉동 과일이나 채소에서는 해동 후 물이 많이 빠져나오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얼음 결정의 성장과 재결정화입니다.

냉동식품을 얼릴 때 생긴 얼음 결정은 냉동고에 넣는 순간부터 영원히 같은 크기로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보관 중 온도가 변하거나 식품 내부의 수분이 이동하면 작은 얼음 결정이 사라지고 다른 얼음 결정이 커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결국 처음에는 작고 균일했던 얼음 결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크고 불규칙한 형태로 변할 수 있습니다.

얼음 결정은 처음부터 모두 같은 크기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식품이 얼기 시작하면 식품 속 물이 얼음으로 변하면서 결정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식품은 순수한 물과 다릅니다. 당류, 염류, 단백질, 유기산 등 여러 물질이 녹아 있기 때문에 물이 얼음으로 변할수록 얼지 않은 부분에는 상대적으로 용질의 농도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식품의 실제 냉동 과정은 물 한 컵을 얼리는 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얼음 결정의 개수와 크기입니다.

일반적으로 냉동이 빠르게 진행되면 여러 지점에서 결정이 만들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얼음 결정이 형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냉동이 느리게 진행되면 결정이 성장할 시간이 더 많아져 큰 결정이 형성되기 쉽습니다. FAO의 식품 냉동 관련 자료에서도 냉동 속도가 식품의 얼음 결정 크기와 조직 손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냉동식품의 품질을 생각할 때는 단순히 ‘몇 도에서 얼렸는가’뿐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얼었는가도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런데 이미 얼린 식품의 얼음 결정은 왜 다시 커질까?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냉동이 끝났다고 해서 얼음 결정의 변화가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냉동 보관 중에도 식품 내부에서는 물과 얼음 사이의 미세한 이동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특히 온도가 일정하지 않고 오르내리면 얼음 결정의 일부가 녹았다가 다시 얼면서 결정의 크기와 형태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일반적으로 재결정화(recrystallization)라고 부릅니다.

쉽게 생각하면 처음에는 작은 얼음 결정이 여러 개 있었는데, 보관 과정에서 일부 결정이 녹고 그 물이 다른 결정 주변에서 다시 얼면서 결과적으로 큰 결정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즉,

작은 결정 → 일부 용융 → 수분 이동 → 다른 위치에서 재결정 → 큰 결정

이라는 변화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냉동식품에서는 냉동 자체뿐만 아니라 냉동 보관 과정의 온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냉동고의 온도가 조금 변하는 것도 영향을 줄까?

냉동식품의 얼음 결정이 커지는 데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온도 변동입니다.

냉동고 내부 온도가 완전히 일정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올라갔다 내려가면 식품의 일부 영역에서 얼음이 미세하게 녹았다가 다시 얼 수 있습니다.

특히 냉동식품의 운송이나 유통 과정에서 온도가 반복적으로 변하면 이런 현상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냉동 감자를 대상으로 온도 변동의 폭이 커질수록 얼음 결정과 관련된 미세구조 변화가 증가하고 조직 구조에 손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관찰했습니다.

따라서 냉동식품을 보관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냉동고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안정적인 냉동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얼음 결정은 서로 합쳐지면서 커질 수도 있다

얼음 결정의 성장에는 단순한 ‘얼었다 녹았다’ 외에도 미세한 물질 이동이 관여합니다.

냉동식품 내부에서는 크기가 서로 다른 얼음 결정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열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작은 결정은 상대적으로 큰 결정에 비해 표면에너지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특정 조건에서는 작은 결정의 일부가 소실되고 큰 결정이 성장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얼음 결정의 조대화(coarsening)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결국 냉동식품 속 얼음의 총량이 크게 달라지지 않더라도 얼음 결정의 개수는 줄고 평균적인 결정 크기는 커지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FAO 자료에서도 냉동 보관 중 특정 온도에서 얼음의 총량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평균 결정 크기가 증가하고 결정의 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부분이 냉동식품의 얼음 결정 변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얼음이 더 많이 생겼다’와 ‘얼음 결정이 더 커졌다’는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해동하면 왜 물이 많이 나올까?

얼음 결정이 커지면 특히 세포 구조를 가진 식품에서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과일과 채소처럼 세포로 구성된 식품에서는 세포 내부와 주변의 물이 얼면서 얼음 결정이 만들어집니다. 큰 얼음 결정이 세포 구조에 물리적인 손상을 주면 해동 과정에서 세포가 원래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오기 쉬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냉동 과일을 해동하면 원래보다 물러지고 접시에 물이 많이 고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FAO는 과일과 채소의 냉동 과정에서 얼음 결정에 의해 세포벽과 조직이 손상될 수 있으며, 해동 후 조직이 냉동 전보다 부드러워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것을 단순히 ‘얼음이 물을 빼앗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결정의 크기, 세포 구조, 냉동 속도, 수분 이동, 해동 조건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해동과 재냉동을 반복하면 왜 더 불리할까?

냉동식품에서 반복적인 냉동·해동이 좋지 않은 이유도 얼음 결정의 변화와 연결됩니다.

식품의 온도가 올라가면 일부 얼음이 녹고, 다시 온도가 내려가면 녹았던 물이 새로운 얼음 결정으로 다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처음의 미세한 얼음 결정 구조가 유지되기 어려워지고 결정이 커지거나 불규칙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식품의 표면과 내부는 온도 변화가 동일하게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식품 내부에서도 위치에 따라 얼음 결정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냉동식품의 품질을 유지하려면 냉동 온도 자체뿐 아니라 온도의 변동 폭과 반복적인 해동 여부도 중요합니다.

표면에 생기는 하얀 얼음은 얼음 결정 성장과 관련이 있을까?

냉동식품 표면에서 하얗게 보이는 얼음이나 건조한 부분도 수분 이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냉동식품 내부의 수분이 이동해 표면에서 얼음 형태로 축적되거나, 포장 내부의 수분 이동이 반복되면 표면 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FAO에서는 냉동식품에서 수분 이동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품질 저하 현상 가운데 하나로 냉동상(freezer burn)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수분 차단 포장을 사용하는 것이 이러한 품질 저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냉동식품의 표면 상태를 볼 때 단순히 ‘얼음이 많이 생겼다’고만 판단하기보다 포장 상태와 수분 이동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냉동식품의 얼음 결정을 작게 유지하려면?

식품 제조 과정에서는 얼음 결정의 크기와 분포를 조절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냉동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빠른 냉동은 작은 얼음 결정을 만드는 데 유리하며, 식품의 미세구조 손상을 줄이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냉동 후에는 보관과 유통 과정에서 온도 변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도가 반복적으로 변화하면 재결정화가 촉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식품에서는 다당류와 같은 성분이 얼음 결정의 성장이나 식품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식품첨가물이 들어갔다고 해서 얼음 결정이 절대로 커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효과는 성분의 종류와 농도, 식품의 조성, 냉동 조건, 보관 온도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냉동식품에서 중요한 것은 ‘얼리는 순간’만이 아니다

냉동식품을 이해할 때 흔히 ‘얼리면 물이 얼음으로 변한다’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식품에서는 냉동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해동되는 순간까지 다양한 물리적 변화가 이어집니다.

냉동 속도 → 얼음 결정 생성 → 결정 성장 → 냉동 보관 → 온도 변동 → 재결정화 → 해동 후 수분 이동

이러한 과정이 연결되면서 최종적인 식감과 조직 상태가 결정됩니다.

특히 얼음 결정은 작고 균일하게 형성되는 것만큼이나 냉동 보관 중 그 상태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냉동식품의 품질이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이유를 단순히 ‘오래 얼려서’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냉동식품의 얼음 결정이 커지는 현상은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냉동 속도, 식품 내부의 수분과 용질, 저장 온도, 온도 변동, 재결정화, 포장 상태 등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얼음 결정의 크기와 분포를 변화시킵니다.

냉동식품을 오래 보관했을 때 식감이 달라지는 현상을 이해하려면 ‘얼음의 양’보다 ‘얼음 결정이 어떤 크기와 구조로 존재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참고한 주요 정보원

  • Jia G., Chen Y., Sun A.D. et al. Control of ice crystal nucleation and growth during the food freezing process, Comprehensive Reviews in Food Science and Food Safety, 2022.
  • Li B., et al. Measuring and controlling ice crystallization in frozen foods: A review of recent developments, Trends in Food Science & Technology, 2019.
  • Freezing of Fruits and Vegetables, FAO Agricultural Services Bulletin.
  • Ullah J., Takhar P.S., Sablani S.S. Effect of temperature fluctuations on ice-crystal growth in frozen potatoes during storage, LWT – Food Science and Technology, 2014.
  • Glass Transition and Re-Crystallization Phenomena of Frozen Materials and Their Effect on Frozen Food Quality, Foods, 2021.
  • Regulating ice formation for enhancing frozen food quality: Materials, mechanisms and challenges, Trends in Food Science & Technology,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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