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과자를 봉지에서 꺼내 먹었을 때 처음에는 ‘바삭’하는 식감이 느껴지지만, 봉지를 열어둔 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부터 눅눅하고 질긴 느낌이 생깁니다. 특히 감자칩이나 크래커, 콘스낵처럼 수분이 적고 바삭한 식감을 가진 식품에서 이런 변화가 쉽게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과자 속에 물이 갑자기 생긴 것일까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과자가 눅눅해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주변 공기 중의 수분이 과자 내부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는 단순한 수분의 양뿐만 아니라 식품이 물을 얼마나 붙잡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분활성’이라는 개념과 과자의 구조, 포장재, 온도와 습도 등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과자는 원래 수분이 적다
바삭한 과자의 특징은 일반적으로 식품 내부에 존재하는 수분이 적고, 그 수분이 식품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자를 개봉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봉지 안의 공기와 외부 공기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과자와 주변 환경 사이에 수분의 이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공기 중에 존재하는 수증기가 상대적으로 건조한 과자 쪽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과자가 주변 환경과 수분 평형에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수분을 흡수하면 과자의 구조적 특성이 변하면서 처음의 바삭한 식감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식품의 수분 상태를 설명할 때 단순한 수분 함량과 구별되는 수분활성(water activity, aw) 개념을 사용합니다. 수분활성은 식품 속 물이 얼마나 이용 가능한 상태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식품과 주변 환경 사이의 수분 상태를 이해하는 데 활용됩니다.
‘수분 함량’과 ‘수분활성’은 같은 말이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식품에 물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분 함량과 수분활성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식품에 일정량의 물이 들어 있더라도 그 물이 식품의 다른 성분과 강하게 결합해 있다면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반응할 수 있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FDA는 식품 속 물의 일부가 다당류나 단백질 등의 특정 부위와 결합해 존재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물의 결합 상태가 식품의 수분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과자의 눅눅함을 이해하려면 단순히 “물이 들어왔다”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식품 내부의 물이 어떤 상태로 존재하고 어떻게 이동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자에 수분이 들어오면 왜 바삭함이 사라질까?
바삭한 과자는 내부에 작은 기공이나 다공성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과자를 씹을 때 특유의 부서지는 감각을 만들어내는 데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수분이 증가하면 과자의 구조와 기계적 특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감자칩, 팝콘, 퍼프드 콘, 크래커 등을 대상으로 한 식품과학 연구에서는 수분활성이 증가함에 따라 스낵 제품의 바삭함과 기계적 변형 특성이 변화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연구에서는 제품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일정한 수분활성 범위에서 감각적인 바삭함이 크게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쉽게 말하면 처음에는 작은 힘에도 ‘바삭’하게 부서지던 구조가 수분의 영향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덜 부서지고 휘어지는 특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느끼는 ‘눅눅함’은 단순히 물기가 묻어 있는 상태와는 다릅니다. 수분이 식품의 내부 구조와 기계적 특성에 영향을 주면서 식감 자체가 변화한 결과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렇다면 식품첨가물은 과자의 눅눅함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여기서 식품첨가물이 등장합니다.
식품첨가물은 모두 같은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식품첨가물을 기능에 따라 여러 종류로 분류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식품의 수분과 관련된 보습제(humectant)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Codex에서는 보습제를 건조한 환경의 영향을 줄여 식품이 지나치게 마르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가진 식품첨가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미국 FDA 역시 보습제(humectants)를 식품의 수분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성분군으로 설명하며, 글리세린과 솔비톨 등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습제가 들어갔다고 해서 과자가 눅눅해지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자의 최종적인 식감은 하나의 성분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제품의 배합, 굽기나 튀김 등의 제조공정, 수분 함량, 수분활성, 포장재의 특성, 외부 습도, 보관 온도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따라서 특정 식품첨가물 하나를 과자의 바삭함이나 눅눅함의 원인으로 단순하게 연결해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포장지가 중요한 이유
과자가 눅눅해지는 것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포장입니다.
과자를 아무리 바삭하게 제조하더라도 포장을 통해 외부의 수분이 계속 들어온다면 장기간 같은 식감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스낵류에서는 제품 자체의 배합뿐 아니라 수분이 포장재를 얼마나 통과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과자가 들어 있는 봉지를 개봉하지 않았을 때 비교적 오랫동안 바삭한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단순히 과자에 특별한 첨가물이 들어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제품의 제조조건과 수분 특성, 포장재의 차단성 등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봉지를 개봉한 뒤에는 외부 공기와 직접 접촉하기 때문에 수분 교환이 더욱 쉽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같은 과자인데 어떤 제품은 더 빨리 눅눅해지는 이유
모든 과자가 같은 속도로 눅눅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과자의 두께와 내부 구조, 초기 수분 상태, 표면적, 당이나 소금과 같은 배합 성분, 지방의 양, 제조 방법 등에 따라 수분이 이동하고 식품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주변 환경도 중요합니다.
건조한 날과 습도가 높은 날에 개봉한 과자의 상태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과자와 주변 공기 사이에는 수분 상태의 차이가 존재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평형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바삭함’은 단순한 수분의 문제가 아니다
과자의 눅눅함을 조금 더 깊게 살펴보면 식품의 바삭한 식감이 얼마나 복잡한 물리적 특성인지 알 수 있습니다.
과자의 바삭함은 단순히 수분이 적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식품 내부의 기공 구조, 고체 성분의 상태, 수분과 성분 사이의 상호작용, 제품의 기계적 특성 등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과자는 수분이 들어가면 눅눅해진다”는 설명은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실제 식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특히 수분활성이라는 개념을 이용하면 식품 속 물의 양뿐 아니라 물이 어떤 상태로 존재하고 식품과 주변 환경 사이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FDA 역시 수분활성을 식품의 안정성과 수분 상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과자를 오래 바삭하게 보관하려면
가정에서 과자의 바삭한 식감을 유지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개봉 후 외부 공기와의 접촉을 줄이는 것입니다.
봉지를 열어둔 채 실온에 오래 두기보다는 가능한 한 밀폐해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수분의 영향을 더 쉽게 받을 수 있으므로 개봉한 과자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과자의 눅눅함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닙니다.
주변 공기의 수분 → 식품 내부로의 수분 이동 → 수분활성 변화 → 과자 구조와 기계적 특성 변화 → 바삭함 감소
라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식품첨가물은 이 과정에서 제품의 수분 유지, 조직 안정화 등 특정한 기술적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습니다. Codex와 FDA가 식품첨가물을 기능별로 분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주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식품첨가물이 단순히 ‘무언가를 넣는 물질’이라는 개념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과자의 바삭함 하나에도 수분활성, 수분 이동, 식품 구조, 포장기술과 같은 다양한 식품과학의 원리가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참고한 주요 정보원
미국 식품의약국(FDA), Water Activity (aw) in Foods
미국 식품의약국(FDA), Types of Food Ingredients
FAO/WHO Codex Alimentarius, Food Additive Functional Classes
FAO/WHO Codex Alimentarius, General Standard for Food Additives (GSFA)
Katz, E. E. & Labuza, T. P., Effect of Water Activity on the Sensory Crispness and Mechanical Deformation of Snack Food Products, Journal of Food Science